맛·건강·환경 모두 잡은 간식 로컬기업
-온세까세로
‘못난이 농산물’ 사용 남미 가정식 밀키트
-31건어물
40년 전통 덕장 운영 신선한 건어물 공급
-서가네뻥튀기
치즈·초코·캐러멜 옷 입은 프리미엄 간식
“초기자본·기술개발 지자체 지원 큰 도움
소비자 사랑 받았던 제품에 특색 더해야"

지난 4일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개막돼 전국민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의 경기력이 눈길을 사로잡은 가운데 강원지역 스타트업들의 특색 있는 간식이 더해진다면 2배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강냉이, 건어물의 올드한 느낌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옷을 입혀 맛과 건강까지 얻을 수 있는 제품들과 일명 못난이 감자로 불리며 버려졌던 것들을 활용해 환경과 농가까지 생각하며 상생으로 나아가는 로컬기업들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며 즐길 수 있는 간식을 개발하는 로컬기업들을 만나봤다.

못난이 감자의 새로운 변신 
‘온세까세로’

원주 온세까세로는 강원지역의 일명 파지, 못난이로 불리는 비규격 농산물을 사용해 남미 가정간편식을 밀키트나 냉동식품으로 만들고 있다. 100% 강원도 감자와 고구마를 활용해 남미음식인 브리또와 엠빠나다, 감자 크로켓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들을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어 특색 있는 아이들 간식과 어른들의 안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성언(사진) 온세까세로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 국경 없는 의사회였던 부모님을 따라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미 8개국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원주에서 2년간 탱고 공연과 남미 음식을 함께 즐기는 극장식 식당을 운영하다 2018년 3월 법인을 설립하고 가정간편식 스타트업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박 대표는 “‘로컬푸드에 젊음을 입히다’란 슬로건으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특히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으나 단지 예쁘지 않다고 해서 버려지는 비규격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제작해 농부와 소비자, 환경을 모두 생각하는 상생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온세까세로의 향후 목표는 지역 농산물의 우수함을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더 나아가 비규격 농산물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 있다. 또 올해는 스타셰프인 정호영 셰프와 함께 원주에 공장을 열고 매출 증대와 사회적 취약계층의 취업을 도와 사회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오랜시간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31건어물’

강릉 31건어물의 로고명은 3대째 이어오는 1가지 약속이란 뜻으로 어부인 할아버지와 40년 넘게 명태와 오징어 등 덕장을 통해 직접 건어물을 가공 생산한 아버지를 이어 좋은 건어물만 팔겠다는 신념이 담겼다. 2019년 12월 강릉에 오프라인 매장을 개업한 31건어물의 상품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덕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는 오징어와 쥐포와 같은 오리지널 제품, 허니바비큐, 바비큐 등 시즈닝 제품과 자체적인 기술로 개발한 로스팅&롤링 제품이 있다. 31건어물은 기존 건어물을 넘어서는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강원 외식업 소셜벤처 육성사업에 참여해 박창현 셰프의 도움을 받아 ‘낙지롱 칩’이란 신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낙지롱 칩’은 낙지를 기반으로 다른 어육을 섞어 얇게 썰어 튀긴 제품으로 시즈닝을 통해 바삭하고 매콤한 맛으로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가벼운 맥주 안주로 즐길 수 있다. 31건어물은 다양한 연구와 시도 끝에 자체적인 로스팅&롤링 기술이란 독보적인 시스템으로 기존 건어물과 다르게 오랫동안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31건어물은 지난해 7월 2호점 강문점 오픈과 함께 온라인 판로 개척으로 9억원의 판매 매출을 올렸다. 김태진(사진) 31건어물 대표는 “올해 양양과 속초에 3, 4호점 개장을 계획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전국적인 직영점과 KTX, 공항, 백화점 등 입점을 목표로 잡고 있다”며 “건어물하면 31건어물이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 찰옥수수로 MZ세대 저격 나선  
‘서가네뻥튀기’

기존 강냉이는 맛보다는 식감이 먼저 생각이 나고 과거에 먹던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2020년 문을 연 강릉 서가네뻥튀기는 서양의 팝콘과 같이 강냉이에 캐러멜, 치즈, 초코, 와사비, 칠리 등 다양한 맛으로 새로운 색을 입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외국의 옥수수는 GMO(유전자변형 농수산물) 작물로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으나 서가네뻥튀기는 강원도에서 생산된 찰옥수수만을 사용해 건강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서가네뻥튀기의 프리미엄 강냉이는 시리얼과 같이 우유에 먹거나 아이스크림 토핑, 간단한 간식과 안주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강원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 감자밭, 31건어물 등 강원지역 대표 스타트업과 함께 로컬 먹거리 편집상점 연남방앗간 ‘CHAPTER 2. 강원 : 겨울의 감각’에 참여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번 팝업은 연남방앗간 서울역점에서 2월 28일까지 진행된다. 서가네뻥튀기의 향후 목표는 HACCP 인증을 받아 유통 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서일구(사진) 대표는 “HACCP 인증을 받아 정상적인 유통이 가능해지면 플랫폼 등 사업을 통해 제품을 전국에 알리고 싶다”며 “사업이 성장한다면 직접 옥수수를 재배해 더 믿고 찾을 수 있는 제품 생산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혁신이란 벽에 갇히기보다 기존 제품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김태진 31건어물 대표는 “스타트업이라고 혁신을 쫓아 새로운 것만 하기보다는 기존 사랑을 받았던 제품을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특색을 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며 “창업을 어려워하거나 스스로 진입장벽을 높이기보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초기 자본과 기술 개발 비용 등은 지자체 지원 사업, 사업 확장은 플랫폼 사업을 권했다. 김 대표는 “자사 기술력으로 개발한 로스팅&롤링 기계도 약 2000만원이 소요됐는데 스타트업으로는 부담스러운 비용이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돼 큰 도움이 됐다”며 “지난해 한국공항공사와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펀딩을 했었는데 당시 매출에 큰 영향을 받아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홍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언 온세까세로 대표는 판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스타트업이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점으로 봤다. 박성언 대표는 “온세까세로의 경우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해 두레생협 등 판로를 개척했으나 처음 3년은 헤맬 수밖에 없었다”며 “판로 개척이라는 벽에 부딪혀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표는 “만약 상황이 어렵다면 국가, 지자체의 지원 사업에 참여해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가야한다”며 “지원 사업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너무 심취해 자신의 아이템의 방향성이 사라질 수 있어 조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정우진 jungwoojin@kado.net